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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단풍 연주곡

채빈님 2024. 7. 14. 13:19




수형아, 수형아. 네가 없는 봄이 다가오고 있어. 난 그 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널 처음 만난 게 봄인데, 네 생각이  잔뜩 날텐데. 그리고 나는 네가 없는 사계절을 보내고 싶지 않거든. 나도 곧 네 곁으로 갈 거야.  네게 보내는 마지막 악보를 완성하고 말이야.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각별했을까? 내가 왜 네게 선물할 악보를 만들고 있는지 기억해? 단지 네가 좋아서였어. 네가 내게 한 부탁들은 모조리 다 들어줄 정도로. 그중에 네가 내게 한 부탁 중 하나가 바로 악보를 만드는 것이였어. 너는 다양한 악기를 잘 다루었어. 기타도, 드럼도, 바이올린도, 그리고 피아노까지. 나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악보를 쓰는 것이 장점이였고, 네가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처음 보자마자 난 문뜩 이런 생각을 했어. 신께서 내게 이런 장점을 주신 이유는 네가 연주할 악보를 만들어 주기 위해라는 걸 말이야. 내가 잘하는 거라고는 노래의 가사를 작사하거나,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들을 위한 악보와 선율을 만들어 주는 것. 그뿐이였어. 그러다가 악기를 잘 다루던 너를 만났고. 그리고 난 지금까지도 오로지 네게 줄 악보를 만들고 있더라. 이젠 더이상 이 세상에서 무언의 악기를 연주할 수 없게된 네게.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멍청한 짓이긴 해. 한창 대학교 진학으로 바빠야 할 시기에 악기실에 틀어박혀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게 줄 악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해 봐. 나와 동갑내기 아이들이 보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겠어? 그치?

너가 나와 처음 접촉했던 건 우리가 고등학교에 처음 등교한 날이였어. 나는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작곡과 작사에 능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지 내가 등교를 하니까 꽤 많은 인파가 내 주위를 둘러쌌어. 많은 질문을 받았지. 기타를 치고 싶은데 네가 만든 악보를 하나만 빌려도 되겠냐며, 어떻게 가사를 그렇게 빨리 만들 수 있냐 등등. 대충 대답해 주고 얼른 엎드려 자려 했더니 갑자기 어디선가 네가 보이더라. 그것도 한 번에. 왜냐고? 그때 넌 웃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예쁘더라. 정말이지 너무 예뻐서 반 감겼던 내 눈이 번쩍 떠졌어. 키는 아주 컸고 남자 아이 치고는 곱상한 눈매에 예쁜 사슴상이더라. 너는 다른 남자 친구들보다 더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인기도 많았지.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올라온 난 친구도 없었고 너같은 인기 만 점인 아이와 친해지는 건 너무 큰 꿈이라 생각하고 내 마음 속에 담아두려 했는데 무슨 행운인지 네가 먼저 나한테 다가오더라? 사실 그때 나 너무 행복했어. 그리고 내 귓가에다가 그 한 마디만을 끝으로 너는 악기실로 향했어.

" 나 아픈데, 네가 만든 악보로 바이올린을 킨다면 나 정말 아픈 게 몽땅 나을 지도 몰라. "




그때부터 나는 네게 사로잡혔나 봐. 나는 너의 그 한 마디에 그날 저녁부터 미친듯이 악보의 주제를 생각했고, 생각이 난 다음에는 곧바로 노래의 음을 생각했어. 너처럼 소리가 고우면서도 모두를 인상 깊게 해줄 수 있을만한 선율로. 다음날 학교에서도 내 공책에다가 계속 노래에 대해 끄적였어. 그런 나를 본 건지 악기실에 와서 쓰는 게 어떻냐면서 여기보다 훨씬 조용하고 시원해서 집중할 수 있다고 했지. 나는 당연히 응하였고 너와 함께 악기실로 향했어. 나는 계속해서 악보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너는 그런 나의 뒤에서 내가 이때까지 써 왔던 악보들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 줬지. 네 연주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하지만 우리가 잘 하지 못하던 게 있었어. 좀 더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너에게 하지 못했던 행동이지.

넌 내 쌍둥이 동생과 너무 닮았어





쌍둥이 남동생이 있었어. 불과 2 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은 까먹었어. 아니? 어쩌면 억지로라도 잊기 위해 내 멋대로 기억을 지운 것일지도 몰라. 그 아이는 너처럼 바이올린을 잘 다루었어. 너처럼 키가 컸고, 너처럼 눈매가 곱상했어. 하지만 그 아이는 뭐만 하면 맞았거든. 비유하자면... 숨만 쉬어도 맞았다고나 할까. 피 터질 때까지 맞고 항상 내 방에 들어왔었는데 그 아이 눈을 볼 때마다 얼마나 불쌍하고 서러웠는지 넌 알아?  얼마나 맞고 험한 말을 들었으면 온갖 정신적 장애를 다 받으며 결국에는 잠도 혼자 못 자는 어린 아이가 돼 버렸어. 결국 그 아이는 자기가 평소에 가장 가고 싶어하던 바다와 한몸이 되어서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 유서 하나 발견되지 않았어. 부모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고 나는 네가 바다와 한몸이 된 그날 내가 평생 흘려야 할 눈물을 다 흘렸을지도 몰라. 그날 이후로 나는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거든.
















결국 네게 나의 과거를 다 털어놓았지. 그리고 고민 끝에 네 눈을 처음으로 똑바로 쳐다봤어. 너무 예쁘더라고... 정말이지 너무 에쁘더라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야기할 걸. 너는 조용히 날 안아주었어. 그거 하나로 난 이때까지 내가 받았던 상처들이 싹 낫는 기분이 들었고 그런 네 행동에 나는 한 번 더 너에게 사로잡힌 것 같아.

너는 여름을 정말 싫어했어. 너는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너는 여름이 오면 항상 찾아오는 장마를 싫어했어. 하지만 난 아니였어. 시끄럽게 우는 매미 소리가 좋았고, 여름이 오면 항상 찾아오는 장마가 좋았고, 내가 여름이 제일 좋았던 이유 중 가장 큰 차지를 하고 있었던 건 하복을 입은 네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는 가을을 좋아하더라. 춘추복을 입고 악기실 앞에 있던 큰 단풍나무 아래에 앉아서 악보를 쓰는 내 모습을 보는 게 제일 좋았대. 그래서 자기는 사계절이 내내 가을이였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어. 그래도 나는 여름이 제일 좋아. 너는 유독 하복이 잘 어울렸고 시끄러운 매미 울음 소리를 뚫고 나오는 너의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너무 좋아.

" 너는 왜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

"  무어, 덥고... 비도 엄청 오는데 매미도 시끄럽게 울잖아. 나는 춘추복 입고 단풍나무 아래서 앉아있는 네 모습이 너무 예뻤어서 사계절 내내 가을이였으면 좋겠다니까?  근데, 만약 네가 여름을 좋아한다면, 그러면 나 정말이지 여름이 무척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 "




나는 바다와 해파리가 너무 좋아. 강한 햇볕에  비치는 바닷물이 너무 예뻐서, 내가 보았던 바다에는 예쁘게 흐르는 물결 안에 작은 해파리까지 있으니까 너무 예쁘더라고. 하지만 너는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어. 푸른색의 무언가를 좋아하던 너는 산호초라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 근데 바다를 안 좋아한대. 당연히 의아해 했지. 근데 네가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듣고는 피식 웃어버렸어. 바다가 싫은 이유는 단지 해파리에게 쏘일까 봐 겁나서였대. 나는 호탕하게 웃어버렸어. 맨날 나에게 겁이 많다고 놀린 게 누군데 고작 작은 해파리에게 쏘일까 봐 겁나서 바다가 싫다는 게 너무 웃기기도 했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귀엽기도 했거든. 근데 내가 좋아하는 게 바다인 걸 알고 있던 너는 나를 위해 네 공포를 참으며 바닷물에 네 발을 살포시 담궜어. 그런 네 옆으로 내가 다가갔고 내가 바다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알려줬지. 그리고 유난히 예쁘던 바다를 찍어둔 사진을 네게 선물로 주었어. 조금이나마 네가 바다를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에 준 거야. 그리고 너는 네가 가져온 기타를 들고 내게 좋은 멜로디를 들려줬어. 노래 제목이 푸른 산호초래. 그냥 네가 좋아하는 걸 모아둔 노래인가 싶었어. 근데 노래가 꽤 익숙하더라?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너가 꽤 많이 흥얼거리던 노래였더라고. 그러고 다음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흥얼거렸지. 그날 이후로 우리는 바다라는 것을 잊고 생활하다가 갑자기 내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것도 네가 먼저. 우리 그때 소금빵이 더 맛있는지, 바게트가 더  맛있는지에 대해서 열심히 토론 중이였는데 도중에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어. 내가 네게 준 사진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 얘기했었잖아. 난 네가 좋아하는 건 다 좋아진다고. 너와 함께 있는 바다라면 나는 더 이상 바다라는 존재가 무섭지 않아. "


네가 나에게 그랬지. 죽기 전에 나랑 바닷가를 딱 3 번 더 가고 싶대. 왜 3 번이냐고 물으니까 나와 보낼 수 있는 계쩔이 3 번 밖에 남지 않았대. 그리고 충격적인 발언을 하나 덧붙였지. 자기는 오래 살아봤자 20 살 전에 죽는다고. 근데 정말 사실이였어. 너는 2 달 전인 10 월에 죽었으니까. 왜냐니? 우리는 사흘만 지나면 성인이잖아. 넌 정말이지... 약속을 참 잘 지키는 거 같아. 한 번 정도는 반항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아니? 이번엔 했어야 했어. 너는 20 살이 되어도 죽으면 안됐어. 아직 앞이 환했으니까. 너는 앞으로도 네 악기 실력과 함꼐 더욱 번창해 갈 수 있는 아이였어. 그런데 나도 네가 죽기 3 일 전에 알았어. 네가 20 살 전에 죽는 이유를.


췌장암
이였는데, 그것도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아침에 그런 판정을 받은 거였더라. 난 정말 몰랐어. 너는 내게 어떤 질환인지 일절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으니까. 네가 나에게 처음 건넸던 말, 너 자신을 아픈 애라 칭했거든. 처음에 나는 네가 오버가 심한 아이인 줄 알았어. 단순 감기를 말하는 줄 알았거든. 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와도 절대 내게 티를 내지 않았고, 나를 보기  위해, 나를 위해  연주해 주기 위해서 네 모든 것을 참으면서까지 오로지 나를 위해 학교에 나왔어. 내가 아니였다면 너는 병원에서 하루 빨리 치료를 받아서 암을 없앨 수 있었던 걸까? 라는 생각까지 했지만 너가 아니라 했잖아. 그건 절대 아니라고.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 웃는 모습을 보면 그날은 하루종일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어. 다 알아,  거짓말인 거. 수형이 너는 정말 착한 아이였던 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2 년을 보냈고, 우리 둘 다 마음을 먹어야 할 시기인 3 학년 여름이 다가왔어. 너는 당연히 학교에 나오지 않았지. 항상 연락이 오던 내 SNS 계정도 잠잠했어. 너는 여러 번의 수술을 하며 온갖 약을 복용한 탓에 부작용으로 네 청력을 많이 잃었더라. 9 월 27 일이였어. 내가 네 병문안을 간 날에서야 네 청력이 많아 나빠졌다는 걸 알았거든. 내가 네 병실 문을 열고 네 이름을 불렀어. 평소 같았다면은 반가움에 설레발 치며 내게 달려왔을 너인데 왜인지 뒤도 안 돌아보더라. 결국 내가 네 옆으로 가니까 너는 깜짝 놀라며 내게 안겼어. 그러고는 말을 하더라고. 나 이제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너는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막 쏟아냈어. 나는 조용히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정시켰지. 약 때문에 곱상하고 예쁜 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었고 여러 가지의 링겔을 맞고 여러 가지의 수액을 팔과 몸 곳곳에 넣고 있었어. 주삿 바늘이 꽂혔던 자리에는 붉게 부어있더라. 부어오른 자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니 많이 아팠는지 화들짝 놀라며 내게 더 세게 안겼어.


" 나 이제 네 목소리 못 들어. 이거 봐, 네가 계속 불렀는데도 나 대답 못 했잖아. 신도 참 무모하시지. 이렇게 예쁜 목소리를 못 듣게 하셨잖아. "

" ... 네가 안 아프기만 하면 돼. 제발 조금만 더 버텨 줘, 수형아. 수형아... 미안해. 내가 너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너무 너를 사랑해서. "

" .........
계속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계속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 좋아해 주면 되는 거야. 네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
내가 죽었어도, 내가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내게 악보를 선물해 줘. 그리고, 나 따라오지 마. 절대로.
이게 내가 너에게 전하는 마지막 부탁이야. 내 뒤를 따라오지 마.
"



10 월 14 일. 네 몸 상태가 가장 나빴던 날. 학교에 나왔더라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당장 네 얇고 하얀 손목 붙잡고 악기실로 왔어. 미쳤냐고... 아픈데 치료를 받아야지 학교에 왜 오냐고. 뭐라해 봤자 너는 전혀 안 듣는 눈치더라. 그러고는 내 옆에 와서 그 얇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바이올린을 쥐고 힘겹게 연주를 시작하더라. 처음에는 말리려고 했어. 그런데... 그냥 뒀어. 아픈 와중에 연주하는 바이올린 치고는 너무나도 너를 잘 드러내는 것 같은 연주였거든. 그리고 내게 말했어. 절대 뒤 돌아보지 말라더라. 네 부탁은 뭐든 들어주던 나였으니까 당연히 들어줬어. 근데, 그 부탁은 들어주는 게 아니였어. 아름다운 네 연주 소리에 잠시 취해있었는지 나는 알아채지도 못 한  거. 이것도 네가 노린 시나리오일까?

바이올린 소리가 끊긴 걸 알아챘을 때, 고개를 돌아보니 너는 이미 차가운 시체나 다름 없더라.

그냥 털썩 주저앉았지.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 그날은 가을이였어. 그날은 왜인지 네 생각이 많이 나서 춘추복도 입고 등교했었지. 그리고 가을이였는데 살살 눈이 내렸어. 올해의 첫눈이라고 볼 수 있지. 그러니까 너는 네가 가장 좋아했던 계절과, 첫눈과 함께 생을 끝낸 거야. 그리고 나는 네가 싸늘한 주검이 되고 나서야 알아챘어. 네가 쓸 수 있는 온 힘을 다해서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던 그 악보 말이야.

내가 아직 완성하지 못했던,  네게 선물하려 했던 그  악보더라.


정말이지 실감이 안 나더라. 나 눈물도 흘렸어. 이렇게 내가 울고 있으면 원래 옆에서 네가 나를 안아주었겠지? 원래라면 네가 나를 토닥여 주겠지? 그리고 나는 몰랐어. 네 교복 안에서 무언가의 종이가 나왔다는 걸.

죄송해요, 죄송해요 내가 끝까지 곁에 있어주지 못해 죄송해요 당신이 만드는 악보는 너무나도 다채로웠어요 내 오감에게 황홀함을 선사하였고 나의 남은 인생을 즐겁게 해 주었어요 당신의 악보는, 당신이 좋아하던 바다같은 선율이였습니다 19 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기억 속에서 당신이라는 큰 바다가 있어주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친애하는 나의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만약 그 아이가 나의 뒤를 따라오려 한다면 비바람을 몰아쳐 주세요 그 아이는 비바람이 치는 바닷가를 무서워하거든요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당신 덕에 나의 19 년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살아서 정말 이 세상에서 더이상은 버티기 어려울 때, 그때 제 곁으로 오세요 누릴 거 다 누리고 하고픈 것 모두 하고 제 곁으로 오세요 보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많이 사랑해요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당신만을 지켜주겠습니다


울면서 쓴 편지인지 잔뜩 구겨져 있었고, 이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건 단풍나무 아래에서 네가 찍어준 나의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 내가 네게 준 바다 사진은 너와 함께 묻었어. 원래였다면 나는 올해에 너와 함께 바다를 세 번 갔었어야 했는데. 너는 살수록 아파졌고 나는 갈수록 슬럼프에 깊이 빠져버렸어.